소년코딩

2019calendar

2019년을 회고하려 한다. 2019년은 학교의 품을 떠나 여러 경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아랫글은 2018년 8월부터 2019년 11월까지의 내 삶 일부가 담겨있다.

1. N에서의 경험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6개월간 소위 3N이라고 불리는 큰 게임회사 중 한 곳에서 근무했다. 아직 한 학기가 남은 학생 신분이었으나 학교 교수님의 추천장에 힘입어 코테와 2번의 면접을 거친 후 근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입사 후에는 OJT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이슈와 함께 신규 파티 시스템이나 업적 같은 신규 콘텐츠 개발에도 기여를 했다. 

3n

같은 팀에 속한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는 20명이나 되었고, 개개인이 모두 나보다 뛰어난 경험과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학원과 학교에서 항상 최고라고 생각했던 나는 내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걸 깨닫게 되었고, 그분들을 보며 배운게 많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는 6개월도 안 돼서 거대한 게임 공장의 부속품이라는 생각과 함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게임 회사 신입이 무슨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겠는가?' 하며 궁금할 수 있겠다.

매너리즘(mannerism): 예술 창작에 있어서, 늘 같은 수법을 되풀이하여 신선미나 독창성을 잃는 일. 순화어는 `타성'.

내가 빠진 매너리즘은 게임 그 자체에 대한 매너리즘이다. 나는 이 기간에 MMORPG 게임을 개발했고, 이 과정에서 게임에 대한 내 생각과 의견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2017년에 게임 프로그래머로 방향을 튼 이유는 단순히 게임 프로그래밍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게임으로 표현하고 싶어 시작했고, 이 과정에는 나의 프로그래밍뿐만 아니라 내 생각도 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언제부터인가 출근하는 내 모습이 오로지 프로그래밍만을 위해 게임 공장에 가는 부속품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2. 반성과 성장

이후 나는 퇴사했다. 그리고 나는 근무 기간 동안 직무에 있어서 자기계발을 하지 않았다. 입사 면접 때 나는 유니티를 모른다고 말했기에 주로 C++과 DirectX 및 CS에 대한 질문으로 이루어졌다. 입사 한 후 계속해서 업무에 유니티 엔진을 사용했지만 내가 관련 서적을 본 것은 처음 딱 한 번 얇은 책이 끝이었다. 유니티에 대한 이 얕은 지식으로 업무를 계속 해왔고,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기에 당연히 게을러 졌다. 그 결과 유니티에 대한 깊은 지식의 부재로 이어졌다. 내가 얼마나 오만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git

퇴사 후에는 크게 반성하고 나의 약점을 찾아가며 공부했다. 나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다. 내가 어떤 게임을 만들든 그 게임에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면 적어도 한 가지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한 가지는 나에게 있어 프로그래밍이다. 가장 기본 지식인 컴퓨터 구조와 운영체제를 시작으로 유니티 엔진까지 집중해서 공부했다. 유니티 엔진은 더 이상 책을 통한 학습이 나에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여 유니티 엔진 아래에서 잘 만들어진 프레임워크들을 분석하면서 유니티 본연의 컴포넌트와 기능 및 게임 설계에 대한 공부를 이어나갔다.

3. 게임 기획을 배우다.

사실 졸업 후에 바로 취직하기보다는 좀 더 내 게임을 만드는 도전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게임공학과에서 재학하던 시절 학기마다 과제로 만들었던 게임 프로젝트들은 성적은 좋았지만, 재미는 없었다. 내가 웹 프로그래머일 당시에도 여러 번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을 도전을 한 적이 있다. 재미가 없는 게임을 만드는 것과 함께 기존의 도전이 실패한 원인은 기획력의 부재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기획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 기간에서 교육을 받기로 결심한다.

gamedesign

학원에서 6개월가량 게임 기획을 교육받았다. 여러 게임에 대한 기획 및 분석 뿐만 아니라 두 번의 보드 게임 만들기 프로젝트와 2D 게임 개발 프로젝트도 경험했다.

"이 과정을 통해 다른 시선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4. 로그라이크 슈팅 게임

로그라이크(Roguelike): 거의 최초의 던전 탐색 RPG인 《Rogue》의 특징과 시스템을 모방하여 만든 게임을 총칭하는 말.

엔터 더 건전, 던그리드, 아이작, 뉴클리어쓰론, 궁수의 전설 등등 내가 평소 좋아하고 즐기는 게임들은 모두 로그라이크 시스템과 슈팅을 가지고 있다. 게임을 하는 시간이 부족하면 유튜브를 통해 신작 로그라이크 슈팅 게임을 즐겨 보는 등 이 장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 장르다.

학교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게임은 모두 로그라이크 슈팅과 관련이 있으며, 심지어 기획 학원에서 만든 대부분의 역기획서와 분석서 및 프로젝트 역시 로그라이크 슈팅으로 진행했다.

기획 학원이 끝나갈 무렵 한 게임 회사로부터 먼저 면접 요청을 받았다. 면접날 로그라이크 슈팅 프로젝트를 보여줬고, 이 프로젝트는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내가 가장 자신 있는 시스템 뿐만 아니라 익숙한 콘텐츠와 아트 풍까지 담겨있으니 입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인해 5주 후 퇴사한다.

5. 5주 동안의 경험 (게임 개발에 있어 나의 약점을 알게되다.)

게임은 만들 수 있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기획/아트/프로그래밍/마케팅/운영 등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야 한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것을 미숙함과 함께 혼자 도전하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어떤 분의 여러 충고가 생각난다. 게임 개발에 있어서 프로페셔널한 분의 충고인 만큼 기억에 남는다.

좋은 코드는 나중에 고민하라. 기능 구현에 집중하고, 이 경험들을 통해 나중에 더 좋은 코드를 자연스럽게 적용해라.

좋은 코드와 설계에 고민하고 집중하니라 기능 구현에 있어 일정을 못 맞출 때의 충고다.

콘텐츠를 밀어 넣는 단계까지 가본 경험이 없다.

정확하다. 지금까지 경험한 여러 게임 프로젝트들은 모두 게임을 대표하는 시스템 구현과 구현 과정에서 필요한 최소 콘텐츠만을 가진 체로 끝났다. 이것은 그분이 말한 '지구력'과 '좋은 코드'와도 관계가 있는데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초반에 너무 힘을 쓴 나머지 쉽게 지치고 쉽게 흥미를 잃어 다른 것을 찾아보게 되는 거 같다.

이러한 약점들은 현재 고쳐나가는 중이다.

한 번 더 내 게임이라는 꿈을 향해

제목 그대로 "한 번 더 내 게임이라는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11월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사항이므로 회고할 것은 없다. 내년에 쓸 회고문에서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표현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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